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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 한판이 일으킨 도미노 현상
작성자
청학 채수훈 (2019-03-10 오전 9:15:11)
 

                  "피자 한판이 일으킨 도미노 현상"

                                                                                                           전북희망나눔재단 소식지 칼럼(’19.3월호)
        채수훈(익산시 복지정책과 맞춤형복지지원계장,  전라북도사회복지행정연구회장,  전라북도사회복지사협회 부회장)

“컴퓨터 활용능력 1급 필기시험 합격 했어”평소 무뚝뚝한 딸이 주말 저녁식사 중 가족들에게 자랑 질이다. 대학생활 2년간 자격증 취득을 필기시험에 겨우 합격한 것이다. 평소 방안에서 핸드폰만 만지작거리고 있어 좀 못 마땅했었다. 그래도 자신감을 심어주고자 무심코 내뱉었다.

“아빠가 합격 기념으로 일요일 저녁에 피자 한판 쏜다.”딸은 물론 아들까지 덩달아 좋아했다. 다음 날 머리에 안전모를 쓴 퀵 배달 아저씨가 도미노 피자 한 판을 배달해왔다. 5분쯤 후, 또 피자 배달원이 왔다.

“피자 배달 왔습니다.”
“피자 받았는데요.”
“피자 주문한 것 맞는데요.”
“아니에요, 하나 밖에 시키지 않았습니다.”
조용히 물러 간 후 전화가 왔다.

“피자 두 개 시킨 것 맞는데요.”
“다시 확인해 보고 연락드릴게요.”

결론은 아들이 인터넷 결재를 잘못하여 두 판을 주문한 것이었다. 어쩔 수 없이‘미안하다’며 다시 배달 요청을 했다. 피자 한판을 어떻게 할까?

영등1동 기초생활보장수급자이자 정신장애가 있는 두형제가 생각났다. 작년에 엄마는 심장마비로 돌아가셨고, 아빠는 오랜 알코올 질환과 노숙생활 끝에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단 둘이 노후 아파트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저녁밥 먹기 전 바로 전화를 했다. 다행히 집에 있었다. 큰형은 고등학교 졸업한지 2년이 되었고, 동생은 올해 고등학교 졸업생이다. 사실 설 명절 연휴라 해도 마땅히 친척과 친구도 없어서 갈 곳도 없었다.

갑자기 찾아가자니까 원래 약속에 없던 일이라서 좀 미안한 느낌이 들었다. 이제 시청 인사발령에 따라서 직접적인 복지서비스를 지원할 수 없기에 얼굴도 볼 겸하여 차에 피자를 실고 가정방문을 갔다. 시골 어머니 집 다음으로 가장 많이 방문한 가정이다. 

평소 이들 가정 일을 무료로 돌봐주는 ○○마트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었다. 마트 아저씨와 아주머니와도 함께 소통을 해야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2년간(’17.1.-’18.1.) 찾아가는 복지서비스를 펼치며 수많은 사회복지수급자 가정을 방문하였다. 그중 초 고난이도사례 대상자이다. 단편소설 분량의 우여곡절도 참으로 많았다. 

수년간 공공은 물론 민간 사회복지 기관에서 돌봄 서비스와 사례관리를 실시했었다.
그 어느 기관도 2, 3개월을 채 넘기지 못했다.
이 핑계 저 핑계대고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전형적인‘크리밍현상’이 발생했다.
행정 복지사각지대가 또 다르게 잉태된 사례이다.

사실 영등1동에서도 귀찮거나 책임회피 하고자 시청에 고난이도 사례관리를 의뢰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어렵고 힘들다고 나몰라라하고 싶지는 않았다. 대상자 접근성 좋고 이웃관계가 살아있었다. 

가장 곁에 있는 행정복지센터가 역할을 해주는 것이 괜찮겠다는 결론을 내린 후, 직원들과 지속적인 통합 사례관리를 해왔다.

부모도 자녀들도 전혀 생계급여를 관리할 능력이 없었다. 적금통장, 아파트 관리비, 의식주비 등 생활비를 동에서 직접 현금출납부로 관리해왔다. 

떠나오기 전 ‘법정후견인’이 세워지면서 인수인계 해줬다. “이제 생계급여와 적금통장 관리는 후견인께서 하시니까 종전처럼 마음대로 카드로 급여비를 사용하면 안 된다.”

그러면서 “만약 함부로 생계 목적이외 아무렇게 사용하다가 확인되면 후견인이 시청에 보고하여 급여를 줄이거나 할 수 있으니까 종전처럼 잘해야 한다.”

돈 관리 개념이 전혀 없기에 재 다짐시켜 주면서 걱정도 되어서 좀 엄포를 섞어 전했다.
“예, 잘 알겠습니다.”
항상 대답은 둘이서 비둘기 합창하듯이 잘한다.

첫 발령 후, 얼굴을 알고지낸지 1년 6개월이 지난 무렵부터 비로소 일상생활에 제자리를 찾게 되었다. 좀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는데 헤어지는 것이 못내 섭섭하기도 했다. 다행히 같은 동 지역에 살고 차로 5분 거리라서 안심이 되었다. 

이제 가장 어려운 취업문제가 숙제로 남았다. 그간 서너 번 시도하여 실패했지만 후견인과 꼭 해결해야 할 마지막 관문이다. 정신장애인 취업은 무척 어렵지만 씨름선수 못지않은 체격과 기본 노동력은 갖추어 있다.

이들 적성에 맞는 기술습득과 훈련시킬 수 있는 장애인 일자리를 소개시켜 준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이제 성인 나이지만 피자를 먹는 모습은 영락없이 천진난만 아이들 그 자체였다. 다행히 가까운 이웃들이 봉사하는 마음으로 돌봄과 후견인 역할을 해줘서‘이웃이 복지다’라는 확신을 갖고 돌아왔다. 

설 명절을 앞두고서 딸 자격증 취득 도미노 피자 한판 선물 약속, 피자 착오 결재로 두 판 배달, 두 형제에게 가정 방문 전달.
실수로 배달 된‘도미노 피자’한판 때문에 아름다운‘도미노 현상’이 일어나서 새해는 왠지 운수 좋은 일들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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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의견(총1개)
 
해죽이   2019-03-15 11:21
멋지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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